저를 포함해 몇몇 사례가 있긴 하지만 많지 않아요. 쉽진 않거든요. 사내 많은 설득과 이해의 과정들이 필요합니다. 그래서 무엇보다도 본인의 의지가 굉장히 강해야 해요.
현직PD로서 'PD가 되기 전에 미리 준비했으면 좋았을 것 같다'는 부분이 있나요? 물론 취직 준비할 때 공부하는 시사, 상식 등이 기본이 되어야 하지만, 딱히 무엇을 미리 공부하고 배운다기보다는 본인의 경험이 중요해요. 여러 경험이 쌓여 개인의 가치관이 형성되는데... 비윤리적으로 살아온 사람이 좋은 시사교양을 만들기는 어렵거든요. 정말 중요한 포인트는 개인의 가치관이에요.
취준생들이 <그알>을 모니터링하는 스터디를 하기도 하고, 실제로 2019년 SBS 교양PD 시험에 <그알>이 다소 활용되었는데, 어느 부분을 중점적으로 모니터링 하는 것이 효율적이라 생각하시는지요? 실제 면접 때 프로그램 분석 준비를 많이 해온 친구들이 있어요. 준비된 비평을 하기위한 비평 느낌...? 이런 것들은 프로그램 의도와 어긋나거나 관련 지식이 깊지 않을 땐 오히려 면접관들에게 역효과를 줄 수 있어요. 프로그램에 대한 기술적인 분석 보다는 방송을 보고 난 뒤 내가 느낀 느낌. 분노와 공감, 혹은 의혹 등을 정리해보는 것이 더 도움이 되지 않을까 싶어요.
짧은 면접 시간 안에 나 자신에 대한 표현을 다 하긴 어려운데, 면접관 입장에서는 그런 점을 어떻게 캐치할 수 있나요?
맞아요. 그래서 합숙면접 과정이 있는 거죠. 2~3일도 긴 시간은 아니지만 여러 상황을 대처하는 과정에서 성향이 드러나기도합니다. 같이 일 할 사람을 뽑는다는 것은 바꿔 말하면 일 하기 싫은 사람을 걸러낸다는 것과도 같아요. 예를 들면 단체생활에서 이기적인 모습을 보이고 혼자 튀려는 사람은 같이 일하고 싶다는 생각이 안들죠.
요새 SBS에서 사건과 이야기를 접목시킨 프로그램이 많이 나오고 있어요. <당혹사> 피디님들이 실제로 <그알>출신이시기도 하고 <꼬꼬무>에서 이야기한 주제를 <그알>채널에서 다시 다루기도 하더라고요. 전사적인 차원에서의 움직임인지? 시사교양본부에서 <그알>, <궁금한이야기 Y>, <동물농장> 등 전통 프로그램 유지를 위해 인력이 많이 들어요. 가끔 파일럿을 통해 새로운 시도를 하는데... 새로운 프로그램이 성공하는 게 쉽진 않아요. 대부분이 쇼양이었는데 <짝>을 제외하고는 대부분이 실패하고 최근 <꼬꼬무>는 잘 됐죠. 그간 저희가 잘해오던 것과 크게 다르지 않은데, 그 잘하는 것을 활용해서 새로운 느낌을 주는 동시에 시청자들의 호응, 둘 다를 얻어 낸 것이죠. 처음에 뒷통수를 맞은 기분이었어요. 우리가 잘 할 수 있는 방식, 그 점을 잊고 놓치고 있었는데 이번에 크게 배웠죠. <그알>만의 특징은 무엇일까요? <꼬꼬무>는 메이킹 위주고 <당혹사>는 취재를 중심으로 하는데 <그알>은 진실을 찾는 것에 그 목적이 있고 좀 더 예리하다고 표현하는 게 맞는 것 같아요. 실제로 이슈 선정에 있어서 화제성을 우선으로 하기보다는 우리가 뭔가 새로운 것을 찾아낼 가능성이 있는 사건을 다루고자 하는데 그것이 <그알>의 DNA라고 할 수 있겠죠. 유튜브 <그알>채널을 하시게 된 이유는? PD로서 새로운 것을 해보고 싶었어요. 원래 시사교양본부에 유튜브팀이 없었는데 때마침 팀이 구성되었고, 그 전에 <그알>팀에서 자체적으로 유튜브에 영상을 한두 개 정도 올린 것을 본격적으로 맡아 채널을 운영하게 되었습니다.
유튜브 <그알>채널과 <그알> 방송 중에 어느 것이 더 어려우신가요? 무엇이든 처음은 어렵죠. 유튜브 채널이 벌써 2년이 됐으니 지금은 어렵지는 않은데, 처음에는 무척 낯설었어요. 올리는 영상을 무조건 짧게도 해보고, 여러가지 시행착오를 겪으며 구독자 피드백을 분석해 지금까지 온거죠. 무엇보다 오랫동안 쌓아온 <그알> 방송 이미지에 누가 되고 싶지 않은 마음에 조심스럽게 시작했습니다. 최근 방송사마다 또 프로그램마다 유튜브 채널을 만드는 것이 필수가 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데요. 이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최근에 정규 방송을 보는 사람이 줄어들긴 했죠. 콘텐츠를 풀 수 있는 플랫폼이 많아지기도 했고요. 유튜브를 방송의 위협으로 보는 시각도 있지만 전 서로 보완할 수 있는 기회의 확장으로 봅니다. 서로의 특징이 다르기에 방송과 함께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마지막으로 뉴스레터 구독자들에게 한마디 부탁드립니다.
제가 입사할 때 작문 시험에 글이 아니라 갑자기 어떤 그림이 제시됐어요. 답안지를 걷어가며 감독관님이 "이 포스터가 뭔지 아는 사람은 점수를 잘 받을거다"라고 하셨는데, 나중에 보니 입사에 성공한 사람들은 모두 그 그림이 뭔지 몰랐던 사람들이었어요. (뮤지컬 아이다 포스터였다고...) PD시험은 정말 정답이 없어요. 누가 뛰어나서 뽑히는 것도 아니고... 무엇보다 정해진 시간안에 자기 생각을 잘 전달하지 못하면 그 기회가 아쉽잖아요. 자신을 잘 표현할 수 있는 준비가 미리 되어있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