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부에서 가장 긴 시간을 보냈어요. 문화예술 분야에 애정이 컸고 현장에 계속 남고 싶어서 문화예술 전문기자가 되는 길을 택했습니다. 데스크 업무를 하다가 2018년말에 문화 취재현장에 복귀했고, 최근에 SBS 최초의 문화예술 전문기자가 되었어요. 일반 시청자의 시선에서는 전문 분야가 있어 그쪽 관련 취재만 집중하는 전문기자들과 출입처를 옮기며 취재 분야가 달라지는 기자들이 다르게 보이는데, 실제 업계에서는 두 영역이 어떻게 구별되나요? 크게 다르지는 않아요. 취재 프로세스 자체는 다르지 않지만 물론 전문기자가 일반기자들이 쓰는 것보다 깊이 있게 써야하는 것은 있죠. 보도 자료가 바탕이나 기본정보를 제공할 수는 있지만 참고만 할 뿐 그와 상관없이 전문기자 영역은 기획을 해야 하는 보도가 많아요. 이슈에 따라 속보 경쟁이 치열하고 이에 대한 피로감을 호소하는 비판도 많은데, 전문기자는 기획을 한다니까 다른 매력이 있는 것으로 보여요. 실제 그 부분에 대해서 많이 느끼시나요? 물론 전문기자 아닌 기자들도 기획 보도를 합니다. 다만 전문기자는 좀 더 깊이 있는 보도를 해야 한다는 책임감이랄까, 의무랄까, 그런 게 있어요. 문화 뉴스는 사실 급하게 나가야 하는 경우가 많지 않거든요. 그런 면에서는 시간을 길게 갖고 생각을 많이 해서 만들게 된다는 장점이 있죠. 문화뉴스는 특히 속보 경쟁을 하기보다는, 잘 익혀서 내놓는 게 더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토요일 SBS 8뉴스 ‘더 스페셜리스트’라는 심층 코너에 참여하고 있는데, 소회가 어떠신지요? 일단 전문코너가 생기면서 문화뉴스가 길게 나가는 것이 너무 좋아요. 문화뉴스가 방송뉴스에서 비중이 계속 줄어왔거든요. 토요일 뉴스에 한 달에 한번 정도는 문화를 길게 보여드릴 수 있다는 것이 진짜 좋네요. 제 개인적인 기억에 문화뉴스는 앞부분 주요 뉴스를 모두 끝내고 마지막에 일기 예보 전 ‘한 주간 문화계 소식을 알려드립니다.’라고 시작하며 나오는 그런 형식이었는데요. 위상이 많이 달라진 거 같아요. 실제로도 그렇게 느끼시는지요? 솔직히 말하면 크게 달라지지는 않았어요. 방송사 문화부 기자들끼리 쓰는 ‘백톱’이라는 말이 있어요. 문화 뉴스는 여차하면 빠질 수 있는…맨 뒤에서 첫 번째라는 의미인데요, 그래도 이번에 ‘더 스페셜리스트’에 문화가 포함된 건 많이 달라진 거죠. ‘더 스페셜리스트’는 시간도 길고 얼굴이 나와서 쑥스럽긴 하지만 그래서 더 책임감이 많이 느껴지죠. 말씀하신대로 ‘더 스페셜리스트’ 코너가 시간이 꽤 긴데 어떻게 제작되나요? 8시뉴스 편집부에 ‘더 스페셜리스트’ 제작팀이 있어요. 일반적인 뉴스 리포트와는 달라서, 저 혼자 모든 과정을 할 수는 없기 때문에 전문기자하고 제작팀이 같이 만들죠. 제작팀은 편집부 기자 2명 작가 1명으로 구성돼 있어요. 구성 작가는 전담이고 기자는 다른 일도 함께 맡고 있는데, 권영인 기자가 PD 역할을 해주고 있죠. 기존에는 간단하게 보도하는 정도였지만, ‘더 스페셜리스트’는 스토리 흐름이 있는 콘텐츠이기 때문에 연출이 매우 중요해요. 특히나 문화는 화면과 합쳐지면 글로 볼 때와는 완전 다른 뉴스에요. 그래서 후반작업 과정이 매우 중요해요. 기사 쓸 때부터 영상을 신경써야 하고 어떤 그래픽이 필요한지 많은 고민이 필요하거든요. 화면을 툭툭 얹는 것이 아니라 음악도 연결되어야하기 때문에 영상 편집할 때 편집자 옆에 붙어서 제가 설명을 많이 해요. 그래서 영상 편집도 오래 걸리죠. 편집부에서도 공을 많이 들여서 같이 하는 프로그램이에요. 옛날부터 글 쓰는 것을 좋아했어요. 기자의 ‘기(記)’자가 ‘쓸 기, 기록할 기’잖아요. 기자가 글 쓰는 사람이라고 생각해서 기자가 되고 싶었어요. 고등학교 다닐 때부터 그랬어요. 대학 전공은 경영학으로 하면서 굳이 기자말고 다른 길도 알아보자 했었는데 결국 기자가 제일 끌리더라고요. 또 반대로 기자를 하려면 굳이 신방과 같은 곳만 나와야 하는 건 아니라는 것도 알게 되었고요. 입사 후 채용과정에서 문제를 직접 내시거나 서류 전형을 보신 적 있으신지요? 서류전형과 글짓기 심사에 참여했습니다. 자기소개서를 많이 봤었는데 기억에 남는 것은 ‘너무 비슷한 내용이 많다’는 거예요. 개인적인 심사 기준을 말하자면, 대단한 경력을 바라기보다는 기본을 더 중시했어요. 어휘·어법 특히 맞춤법이나 주술 호응이 맞지 않으면 내용이 아무리 화려해도 거슬리더라고요. 놀랍게도 지원자들이 지원한 회사의 이름을 잘못 쓰는 경우도 꽤 있었어요. 가장 기본부터 꼼꼼히 살펴보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그리고 경험에 대해 너무 꾸미려고 하는 것보다는 깔끔하고 단정한 글이 개인적으로 더 좋게 느껴졌던 기억이 있어요. 어릴 때부터 좋아했어요. 소설이나 영화도 그렇고 피아노를 쳐서 음악에도 관심이 있었죠. 일화 하나를 소개하자면, 고3때 라디오에서 영화음악프로그램을 듣고 있었는데 뮤지컬 <오페라의 유령> 특집 방송이었어요. 그때 그걸 듣고 뮤지컬을 직접 본 것도 아닌데 상상으로 푹 빠져들게 되더라고요. 이 경험이 결정적이었어요. 이후 오페라의 유령 LP판을 사와서 영어 대본 해석하고 공연 사진 들여다보면서, 한동안 거기에만 빠져 살았었죠. 봤죠. 문화부에 와서 출장으로 브로드웨이를 가게 되었는데 “내가 이 현장에 오려고 그 길을 왔나 보다”라는 생각이 들면서 그때 감회가 남달랐어요. 지금 생각하니까 오페라의 유령 때문에 내가 문화부 기자가 됐나? 할 정도로 운명적인 작품이더라고요. 그전에는 한 번도 ‘내가 오페라의 유령을 좋아하니까 문화부 기자가 되어야지’라고 생각하지는 않았었거든요. 그랬는데 그때 딱 보니까 “아, 내가 이거 하려고 왔구나!” 하는 느낌이 있었어요. 문화 예술 분야가 사회에서 왜 중요하냐고 묻는 사람이 있다면 어떻게 대답을 들려주고 싶으신가요? 공연계가 코로나 이후 지금까지 많이 힘든 상황이죠. 그런데 요즘 많이 들었던 얘기가 “이 시국에 무슨 예술이야?”였어요. ‘공연은 우리 먹고 사는 것하고 관계도 없는데 무슨 노는 얘기를 하냐’ 이런 느낌인데, 두 가지로 얘기하자면 우선 첫째로 공연도 먹고 사는 얘기예요. 예술계 종사하는 수많은 사람들이 다 예술로 먹고 사는 사람이잖아요. 예술은 그들의 생계가 달린 직업이자 일터예요. 그리고 두 번째로, 먹고 사는 일 중요한데, 내 몸에만 밥이 필요한 게 아니에요. 내 영혼에도 양식이 필요하고, 문화 예술은 내 영혼이 먹고 사는 밥이라고 생각해요. 지난해 송승환 배우가 출연한 연극 ‘더 드레서’를 봤는데, 2차 세계대전 속에서 셰익스피어 연극을 하는 얘기거든요. 현재 상황과 비슷한 부분이 많았어요. 그중 독백하는 대목이 있는데 코로나로 힘든 요즘과 대사가 겹쳐지고 관객들도 같이 공감하면서 울컥 했던 기억이 나요. 그리고 영국 경제학자 케인즈도 예술 애호가로 유명한데, 전쟁 중에도 문화예술위원회인 ARTS COUNCIL의 전신인 예술지원기구를 만들었을 정도였어요. 예술은 사치가 아니에요. 얼마든지 즐길 수 있고 우리에게 기쁨, 위로를 줄 수 있는 영혼의 양식이라고 전 생각해요.
기자는 호기심이 많아야 해요. 무심하게 보면 아무 것도 기삿거리가 될 수 없거든요. 촉각을 곤두세우고 다른 것에 관심을 가지고 움직이는 것이 중요해요. 아, 그리고 건강관리가 진짜 중요해요. 기자가 결코 편한 직업이 아니거든요. 물론 부서에 따라 조금씩 차이가 있기는 한데, 제가 기자를 지망했을 때 누군가가 ‘방송 기자는 50세까지 철야 야근이 정기적으로 돌아오고, 정기 야근이 아니더라도 큰 일 터지면 한밤중이든 새벽이든 출근해야 하는 직업’이라고 알려줬다면 어땠을까, 이런 생각을 해본 적이 있어요. 물론 젊었을 때니까 상관없다고 했을 것 같긴 한데, 지금 돌이켜 보니 미리미리 건강관리하고 체력을 길렀다면 좋았을 걸 하는 생각이 들어요. 다들 공부한다고 너무 책상 앞에만 앉아있지 마시고 움직이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