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 방송사에서 기자를 하시고 계신데 지역의 장점을 어필하자면 무엇인지요?
기자의 중요한 역할은 현장의 목소리와 전문가를 연결해서 일반적으로 받아들여질 수 있는 논리를 만들어내는 거라고 생각합니다. 지역에서 기자로 일하는 것의 가장 큰 장점은 일상적으로 현장에서의 생생한 경험들이 계속된다는 것 같습니다. 그리고 또 지역은 모든 피드백이 가시적이에요. 취재하거나 보도한 것들이 결과적으로 취재원들에게 어떠한 영향을 미쳤는지 바로바로 확인할 수 있어요. 그렇다보니 결과적으로 굉장히 보람을 느낄 수 있죠. 취재를 통해서 제도든 구조든 개선해나가는 것들을 확인할 수 있는 부분이 아주 매력 있어요. 기자라고 하면 시의성 높은 사건을 취재하고 보도하는 직업으로만 생각하기 쉬운데, 기자님처럼 다큐멘터리를 제작한다는 것이 일반적인가요?
그렇진 않아요. 하지만 저는 예전부터 데일리뉴스에서는 풀지 못하는 갈증 같은 것이 있었어요. 짧은 뉴스 시간 안에 일어난 현상에 대한 본질은 다루지 못하고 껍데기만 핥고 지나가는 경우가 많잖아요. 그래서 궁금한 주제를 알기 위해서는 데일리 뉴스보다는 긴 호흡의 월간지나 주간지를 보는 것이 더 도움이 돼요. 2007년도에 지역뉴스 앵커로 진행을 하면서 15분짜리 심층취재 꼭지를 한 달에 하나씩 만들 수 있는 기회가 있었는데, 그때 해양수산 문제나 포스코 문제를 일반 보도에 비해 깊게 다룰 수 있는 것이 너무 좋았어요. 시청자들에게 적어도 뭔가에 대해서 조금 더 깊이 알 수 있는 경험을 드리는 거잖아요. 제 스스로도 더 만족스러웠고 15분짜리를 모아서 연말에 다큐멘터리로 만들기도 했어요. 다큐를 제작하게 된 건 이런 취재경험에서부터 자연스럽게 이어진 결과물인 셈이죠. 긴 호흡의 취재를 좋아하신다고 하셨는데, 기자가 가져야하는 자세를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는지요?
기자의 요건 중에 제일 중요한 건, 저는 항상 상상력이라고 이야기해요. 기자는 상상하면 안 되고 팩트만 써야한다고 생각하기 쉬운데, 결국 기자도 어떤 상황을 상상하지 않으면 새로운 것을 만들 수 없고 뭔가를 완성해 나갈 수 없다고 생각해요. 어떠한 상황을 봤을 때 일반적인 개념에 대해 “이럴 수도 있겠네?”하고 새롭고 낯설게 보는 그런 상상이 필요하다는 거죠. 그 상상에 전문가적인 지식이 더해져서 증명 과정을 거치면 그것이 새로운 것이 되는 것이죠. 예를 들어 저희 포항MBC 같은 경우는 가장 큰 취재테마가 경주의 월성 원자로, 포항의 포스코, 동해안 일대의 바다인데, 원자로는 안전하고 포스코는 훌륭한 세계적인 기업이고 바다는 늘 아름답고 많은 생산 자원이 있는 곳이라는 게 일반적인 인식이죠. 근데 원전이 근본적으로 안전할 수 없는 기술이라는 상상을 해보는 것이 기자로서 아주 중요한 접근 방법이에요. 물론 모든 상상이 다 기사로 이어질 순 없겠지만 그 중에는 분명히 의미 있는 상상이 있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최근에 직접 문제를 내거나 서류를 보거나 면접에 들어가신 경험이 있으신지? 있으시다면 어떤 점을 중점으로 보셨나요?
몇 번 들어가 봤어요. 그런데 제 기준에서는 자연스러움과 대화를 하는 기술이 가장 중요한 것 같아요. 면접에 들어와 대화를 하는데 솔직하지 않고 너무 준비된 이야기만 하는 사람들이 있더라고요. 근데 몇 차례만 이야기를 깊이 있게 주고받으면 이게 준비된 말인지 아닌지가 다 보이거든요. 본인의 이야기를 하는 사람들은 자연스럽게 대화가 이어지는데, 준비된 이야기를 하는 친구들은 대화가 금세 끊어져버려요. 결국 최종적으로 뽑힌 친구에 대한 공통적인 평가를 보면 자기 이야기를 한다는 평가였어요. 좀 더 많은 경험을 하고 기자가 되는 게 더 좋을 것 같다고 생각해요. 대부분 주변에 경험한 세상에 대해서만 잘 알잖아요. 더 적극적으로 뛰어들어서 세상의 여러 가지 삶의 방식을 미리 경험하면 취재할 때도 큰 자산도 되고, 또 꼭 그걸 위해서가 아니더라도 더 행복한 삶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해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