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데 제가 클래식 문외한이기도 했고 부담도 되어서 처음에는 좀 피했어요. 그런데 저 같은 회사원들이 문화생활을 즐기고 싶어도 잘 몰라서 머뭇거리는 사람이 많겠구나 하는 생각에 이걸 콘텐츠로 쉽게 풀어도 괜찮겠다 싶었어요. 그때 한창 댓글 반응이 기획이나 연출을 하지 말라는 요청들이 있어서 클래식 영상을 업로드 하는 게 부담됐었는데 막상 올리고 나니 반응이 좋더라고요. 이제는 사람들이 기획한 영상을 싫어하는 것이 아니라 자연스러운 척 하면서 과도한 연출티가 나는 것을 싫어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지만 그때는 정말 의외라고 생각했죠.
유키선생님 같은 경우는 죽산면거리에서 촬영했는데 저녁에 찍으면 너무 황량하고 쓸쓸할 것 같더라고요. 사실 우리가 주고 싶은 메시지는 이 마을이 활기차졌으면 하는 거였거든요. 그래서 동틀 무렵에 했으면 좋겠다고 제안을 드렸어요. 유키선생님 영상을 편집할 때 클래식에 대한 이야기를 편하게 푸는 콘텐츠가 의미가 있겠구나하는 확신은 들었어요. 그 속에 마침 문화적으로 소외된 시골을 소개할 수 있으면 더 좋겠구나했는데 생각보다 설명이 없어도 저희가 하고자 했던 말을 다 이해하고 댓글로 다 남겨주시더라고요. 그때 좀 뿌듯했죠. 이번에 유튜브 채널을 운영하면서 깨닫거나 배운 점이 있다면? 방송을 할 때에는 완성도에 좀 집착하는 편이라서 계획이 조금 틀어지는 것도 되게 못 견뎌했었어요. 해내야 한다는 압박 때문에 그랬던 것 같아요. 그런 집착을 놓고 싶어서 <오느른>을 시작했죠. 그러면서 지금까지 내가 열심히 잘 하려고 했던 것들이 오히려 사람들에게 부담스러웠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서 조금 놓는 게 필요하다는 걸 느꼈죠. 그리고 또 막상 놓는다고 크게 이상한 쪽으로 흘러가지 않더라고요. 제가 연출하는 게 전부라고 생각했는데 그 외에 좋은 방향이 있을 수도 있다는 것들을 받아들이게 됐어요. 그리고 또 1인칭 영상을 하다 보니 제 자신에 대한 객관화가 잘 되더라고요. 폐가에서 유튜브, 카페까지 그리고 심지어는 공연에 농사까지 뻗어가고 계신데, 새로 생각해두신 기획이 또 있으신지? 일단 카페나 그런 것들을 절대 저 혼자서는 못했을 거예요. 회사가 있으니까 확장이 가능한 부분들을 고려할 수 있는 거죠. 그리고 집은 많아요. 어르신들이 맨날 집 보여주시면서 이 집도 고치고 저 집도 고치라고 하시거든요. 그런데 사실 회사 돈으로 그렇게 했던 전례가 없기도 하고, 현실적으로 어렵기도 하죠. 이게 제가 혼자 일을 벌였을 때는 전례가 있든 없든 상관없었는데 이제 전북 김제시가 있고 MBC가 있다 보니 고민이 많네요. 유튜브 채널을 하려던 게 아닌데 어느새 30만 구독자가 넘었다. 최근 플랫폼 경향에 대해 개인적인 소견이 있으신지? 개인적으로 부담도 있고 사실 유튜브로 넘어오는 게 쉬운 선택은 아니었죠. 게다가 그 유튜브라는 시장에 적응하기도 전에 다른 플랫폼들이 생겨났잖아요. 그게 약간 스트레스였어요. 유튜브를 배워서 이제 겨우 익숙해졌는데 유튜브 쇼츠가 등장하면서 사람들이 이제 검색도 안하고 추천영상만보는 것처럼 느껴지더라고요. 저희 아버지가 출판만화의 만화가셨는데 일본만화가 들어오면서 한국출판만화가 웹툰 시장으로 넘어가는 계기가 됐어요. 그때 잘 적응해서 넘어가신 분들은 여전히 활발하게 활동을 하시고 계시지만 저희 아빠 같은 경우에는 거기서 커리어가 멈추셨죠. 그걸 보면서 사라져가는 것들이 분명히 있다는 것에 대해서 명확히 인지했어요. 플랫폼은 계속 바뀔 것인데 그때마다 내가 가진 정체성을 어떻게 표현하는 지가 중요한 것 같아요. 그 태도가 나름의 경쟁력이 될 테니까요. 마지막으로 구독자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현실에 발을 디뎌야 로망실현이 가능하다는 말을 해주고 싶어요. 도피하는 로망실현은 언젠가 끝나기 마련이니까요. 본인만의 로망실현을 원한다면 현실을 직시하고 또 인정하고 거기에 맞춰서 내가 뭘 할 수 있는지를 생각하는 게 기본이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현실은 막막하죠. 그런데 막막함 속에 머물러 있기보다는 내가 뭐라도 하는 게 큰 차이를 가져오니까요. |